〈차라리 그냥 다 죽여라〉
―《청년시국회의》 연행에 부쳐―
2021년 9월 17일 청년의 날을 맞이하여 정부는 청년의 날 행사를 기획했다.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 행사에서 “청년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 수 없다”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.
같은 날 같은 시각, 《체제 교체를 위한 청년시국회의》(《이하 청년시국회의》)는 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다 경찰에 연행되었다. 이들이 이야기한 것은 “불안정 노동 철폐”, “세입자 주거권 보장 및 토지공공성 강화”, “성별임금 격차 해소”, “가부장제 질서 타파”, “성소수자 권리 보장”, “학벌사회 타파”, “탄소 자본주의 철폐” 등이다.
청년의 날인데 어떻게 청년들을 연행할 수 있느냐 하는 등의 감정 섞인 볼멘소리는 내놓지 않겠다. 어차피 해봤자 듣지도 않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. 다만 대한민국 정부는 답해야만 할 것이다. “대한민국 정부가 듣고 싶어 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정부의 마음에 드는 청년들의 목소리뿐인가?” 그리고 만약 이 물음에 ‘그렇다’고 답을 한다면, 그게 왜 우리를 위한 정부인가? 그들만을 위한 정부이지. ‘아니다,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인 모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’고? 그러면 오늘 《청년시국회의》는 왜 잡아다 종로경찰서, 성북경찰서, 도봉경찰서 등으로 뿔뿔이 찢어 가뒀는가? 그들이 ‘미허가된 집회 및 시위’를 했기 때문인가? 그들이 하려던 것이 집회 및 시위인가? 요즘은 어느 행사에 참여하여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도 집회 및 시위라고 부르는가? 이것이 ‘말 많으면 빨갱이’라던 색깔론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?
아, 혹시 초대 받지 않은 이들은 행사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인가? 그렇다면 그냥 들어가지 못한다고 안내만 해도 충분했던 것 아닌가?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라. “너희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, 들을 마음도 없고 내가 가오 잡고 단상에서 멋진 척 착한 척 해야 하는데 시끄럽게 걸리적 거리지 마라 씨발놈들아”라고. 그러면 똑같이 욕은 하겠지만 고민 좀 해보고 적어도 위선자라는 멸칭은 빼 드릴 수도 있다.
아니, 무얼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한 것인가? 문재앙 정부 너희가 말아먹은 집값 이야기 하는 것이 그렇게 아니꼬운가? 그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경청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들이 ‘엣헴, 나 정치인이오’하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이야기인가? 김부겸 국무총리 당신은 청년의 날 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경찰 뒤에 숨어서 즙 한 번 짜고 ‘나는 착한 정치인^^’하는 것이 청년들이 죽겠다고 내지르는 단말마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말인가?
그렇다면, 차라리 그냥 다 죽여라. 죽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얼마 안 되는 쥐꼬리 만 한 돈이든 단칸방이든 뭐든 다 뺏어가라. 차라리 솔직하라. 그러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당신들에 맞서 싸우다 죽든 ‘아이고 그래도 목숨만 부지하게 해 주십쇼’하고 빌빌거리든 알아서 잘 선택해 보도록 하겠다.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확실한 것은, 오늘의 이 눈 감고 귀 막고 자행한 비열한 짓거리에 대해서 당신들은 반드시, 반드시,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.
2021년 9월 17일
―‘우리들의 상호부조’ 말랑키즘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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